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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1-05-09
살아 숨 쉬는 이야기, 여전히 적실한 이야기
책 소개
다시, 성경으로/레이첼 헬드 에반스/칸앤메리/바람이불어오는곳/모중현 명예편집위원
살아 숨 쉬는 이야기, 여전히 적실한 이야기
이야기꾼이 돌아왔다 . 시종일관 흥미로운 전개에 울고 웃다를 반복한다 . 성경 이야기가 이렇게 흥미진진하다니 . 오랫동안 성경을 읽고 연구했는데 . 이 책을 통해 미처 보지 못했던 성경 곳곳에 숨어 있던 부분을 새롭게 보게 된다 .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 말이다 . 저자의 통찰과 적실한 표현으로 성경 이야기는 살아 숨 쉰다 . 레이첼 헬드 에반스 (Rachel Held Evans, 1981~2019) 는 『 교회를 찾아서 』 ( 비아 , 2018) 를 통해 처음 만났다 . 자신의 서사 가운데서 교회와 하나님에 대해서 풀어내는 능력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. 그 책은 교회의 배타적 모습에 실망했던 그녀가 다시 교회로 돌아오게 된 과정을 그리는 그녀의 이야기다 . 『 다시 , 성경으로 』 는 성경의 이야기를 재해석하며 , 본문의 행간에 담긴 미묘한 감정 , 본문을 둘러싼 문화적 맥락 등을 다양한 시각으로 풍성하게 풀어내고 있다 . 거기에 자신의 이야기가 가미되어 더욱 친근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. 여전히 신학적으로 논쟁 중인 까다로운 본문들이나 주제에도 과감하게 질문을 던지며 우리에게 이 해석의 작업에 동참하자고 손을 내민다 . 매 챕터는 거의 비슷한 구성이다 . 시작은 성경 이야기의 재해석이다 . 행간에 있는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말 , 감정 등을 묘사한다 . 이 부분만 따로 모아서 소책자를 내도 사서 읽고 싶을 정도다 . 매우 흥미롭고 , 새롭다 . 놀라운 통찰 앞에 그저 감탄만 할 때도 있다 .'어떻게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 ?','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 ?' 저자의 표현력과 상상력이 부러울 따름이다 . 매 챕터의 성경 이야기 이후에 본격적으로 각각의 주제를 논한다 . 각 주제는 기원 , 구원 , 전쟁 , 지혜 , 저항 , 복음 , 기적 , 교회 이야기다 . 저자는 자신이 경험하고 느꼈던 그 이야기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. 더불어 신학적이며 역사적인 해석 작업과 실제적인 적용으로 우리를 이끈다 . 산뜻하고 신선한 문체지만 내용은 단단하다 . 그녀의 질문은 정직하고 날카롭다 . 책의 말미에 저자의 배려가 돋보인다 . 그녀는 무엇보다 이 책이 자신의 어떤 책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함께 읽히고 토론하고 창의적으로 사용되기를 바란다 .'리딩 가이드'와 '토론을 위한 질문'은 우리가 이 책을 함께 읽도록 독려한다 . 성경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질문에 피하지 말라 한다 . 더불어 함께 상상해 보자 한다 . 국외 저자의 책을 읽을 때 간혹 경험하는 작은 뿌듯함은 국내 저자나 회사 , 명칭 등을 발견하게 될 때다 . 이 책에서도 몇 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. 백인 우월주의자였던 딜런 루프가 현대 엘란트라를 탔다는 것인데 , 사실 썩 유쾌한 내용은 아니다 . 이보다 더 자부심을 느끼게 했던 것은 4 장에 등장하는 라승찬 교수다 . 꽤 비중 있게 그의 책을 인용한다 . 아 , 이 책의 '들어가며'만 읽었는데 내용뿐만 아니라 편집과 디자인 등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. 다 읽은 뒤 그 생각은 더욱 분명해진다 . 앞으로 이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은 믿고 봐도 되겠구나 생각된다 . 그래서 이 출판사를 인터넷 서점에 알림 등록해뒀다 . 번역도 매끄럽다 ( 역시 알림 등록 ^^). 저자와 역자 , 내용과 편집 등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책이다 . 심지어 책의 크기와 무게까지도 . 안타깝게도 더 이상 이 저자의 출간 알림은 듣기 어렵겠다 . 그녀는 작년 이 맘 때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. 불과 37 세로 . 그녀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은데 . 다양한 성경의 이야기들과 신학적 주제들을 그녀가 어떻게 풀어낼지 ,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적실하게 적용할지 기대되는데 . 읽는 내내 마음 한 켠이 헛헛했다 . 너무도 아쉽기에 더욱 소중한 이 책이다 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