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019-07-07
주목할 만한 일상
책 소개
주목할 만한 일상/프레드릭 비크너/오현미/비아토르/나상엽 편집위원
담백한 이야기가 건네는 아름다운 일상으로의 초대
처음 그를 만났을 때의 인상이 아직 짙다 . 슬프면서도 가벼운 웃음이 입가에 번지고 , 연민을 느끼다가도 문학적 감수성에 탄복하게 하는 글이었다 . 과하지 않은 문장으로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, 그리고 무심하게 흘러가는 인생 가운데 찾아오신 하나님 이야기를 고백적으로 들려주던 그의 이야기에 마음이 벅찼던 가을이었던 것 같다 ( 『 하나님을 향한 여정 』 < 요단 , 이문원 역 , 2003>). 그 뒤로 그의 독창적이고도 발랄한 책 『 통쾌한 희망사전 』 ( 복 있는 사람 , 이문원 역 , 2005) 이 나왔을 때도 얼른 챙겨 즐겁게 읽었다 . 그의 이름을 잊은 적이 없고 , 필립 얀시의 책에서나 다른 저자들의 책에서 종종 인용되는 그의 저작들이 적지 않았기에 , 서점이나 도서관에 갈 때면 그의 다른 책들을 찾곤 했었다 . 하지만 아쉬울 때가 대부분이었는데 , 얼마 전 별 생각 없이 들른 동네 도서관의 신간 코너에 무채색의 표지를 입은 그의 책을 발견했을 때의 그 기쁨이란 ! 오래 두고 읽었다 . 과장과 힘은 들어가지 않되 분명 오래 보고 자세히 귀 기울여서 얻은 글들이었음에 호흡을 같이 해야 했다 . 우리 안의 성소에서 급히 물러나지 않음으로 그가 들은 왕의 속삭임이다 . 그럴 때에야 내면의 성소 밖에서도 우리를 둘러싼 그분의 위대하면서도 섬세한 이야기에 눈뜰 수 있음을 그의 글은 보여준다 . 비교적 얇은 책이지만 크게 3 부로 구성되어 있다 . 1 부는 글쓰기 , 나아가 예술에 대한 통찰과 나눔이다 . 하이쿠를 인용하면서 예술이 주목하는 평범한 순간을 재치 있게 예시해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. 우리에게 멈출 것을 요구하고 , 또 멈춰서 바라보고 귀를 기울이게 함으로 일상에 새겨져 있는 신성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하는 , 선하고 아름다운 것들 , 자신의 거룩한 부분 , 예술과 사랑이 생겨나오는 근원과 접촉하게 함으로 우리의 인간다움이 깊어지게 하는 예술이야말로 참된 예술이라는 그의 말은 참으로 옳다 (52 쪽 ). 따라서 참된 예술은 우리로 사랑하도록 만드는데 , 그 예로써 아이들과 추억 , 그가 만난 외로운 할머니와 인쇄업자와의 에피소드 , 그가 즐겨본 TV 시트콤의 한 장면 등 이 모든 이야기들은 우리를 둘러싼 사소한 사랑에 눈 뜨는 순간들이 얼마나 눈부시고 황홀한지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. 2 부에서는 특히 우리 자신의 이야기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서로를 조명하며 공통적으로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도록 우리를 초대한다 . 그것은 모두 “ 우리가 어떻게 해서 인간이 되는지 , 어떻게 불신앙의 세계에서 신앙을 갖게 되는지 ”, 어떻게 우리 삶이 허락 없이 우리에게 떠맡기는 삶의 무게와 상처들을 “ 견디고 살아남게 되는지에 관한 이야기 ” 라는 그의 말은 잔잔한 울림이 되어 우리의 귀를 이야기로 잡아끈다 . 어떤 면에서 “ 우리는 다 같은 이야기를 지닌 것이고 , 누구의 이야기든 그 이야기는 내 이야기를 조명해준다 ” 는 그의 말에도 고개를 끄덕인다 (64-65 쪽 ). 특히 신앙적 의미에서 자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, 우리의 이야기를 살아내는 과정에서 불현듯 만나게 되는 하나님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것이다 . 그런 점에서 하나님의 이야기가 우리 이야기와 교차하는 지점으로 ‘ 꿈 ’ 을 이야기하는 그의 방식은 대단히 흥미롭고 사랑스럽다 .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말들이다 . “ 꿈은 내게서 나오는 말이지만 , 또한 나를 향한 말이기도 합니다 ”(79 쪽 ). “ 이 꿈이 우리 모두에게 주는 실마리는 , 충분히 멀리 기억한다는 것 , 충분히 깊이 기억한다는 것은 곧 하나님을 기억하는 것이요 , 에덴을 기억하는 것 ,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기억하는 것이고 , 기억을 통해서 우리가 모종의 진리 , 우리를 자유롭게 하고 우리를 치유하는 진리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다는 것입니다 ”(80 쪽 ). 그래서 3 부에서는 , 앞에서 했던 그 모든 이야기들을 담아 저자가 드디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. 다른 책 ( 『 하나님을 향한 여정 』 ) 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잠깐 들려줬으나 , 전에는 문학적 산문 가운데 언급한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본격적인 스토리텔링이며 우리말 번역도 그것을 아주 잘 살려냈다 . 그가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는 어쿠스틱 연주처럼 담백하나 묵직하다 . 입에 침을 튀기며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데도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, 점점 가슴이 벅차진다 . 그리고 마침내 그가 들어왔던 그 소리와 이야기들이 그를 데려간 곳에 우리도 도달하게 되는데 , 거기서 우리도 그가 그랬던 것처럼 별안간 울음을 터뜨릴지도 모른다 . “ 예수는 자기를 믿는 사람들의 고백과 눈물과 ‘ 큰 웃음 ’ 가운데 그들 마음속에서 거듭 왕관을 받으십니다 ” 라는 설교 ( 하나님의 이야기 ) 를 듣는 순간 그의 두 눈에서 눈물이 솟았다고 하는데 (109 쪽 ), 그의 고백은 사실 모양과 정도의 차이이지 우리 모두의 이야기 아니겠는가 . 그 뒤로도 그는 이제껏 그를 이끌어왔던 어떤 이야기가 계속해서 그를 이끌어가는 여정을 여과없이 들려준다 . 이 여정 가운데 그는 현재에 사는 것 , 지금을 사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일임을 알고 그렇게 살아간다고 고백한다 . 지금을 사는 것은 ‘ 포착하기 어렵게 , 암시적으로 , 절대 강요하는 일 없이 , 나무들처럼 그저 때에 맞춰 미풍에 흔들리는 그런 방식으로 ’ 세상을 대하시는 그분의 속삭임에 경청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(142 쪽 ). 설령 그것이 선명하지 않아 언뜻 보이는 것이라 할지라도 , 그렇게 언뜻 보이는 광경이 더욱 많아지기 바라며 . 그가 3 부의 마지막으로 저녁 뉴스 같은 ‘ 기도 ’ 를 주제로 이야기하는데 , 이는 우리의 날들 가운데 특히 ‘ 기쁨 ’ 을 나타내신 하나님께 귀를 기울이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, 이 모든 이야기의 적절한 결말이라 할 수 있다 . 무거운 짐 같은 우리의 하루하루를 , 또 그 날들이 쌓여 오늘까지 이어진 우리 인생을 지탱해주는 거룩한 분이 계시다는 진실을 믿으며 , 그 영원하신 팔에 우리 자신을 내어 맡기는 것이 곧 기도일 것이다 . 그날의 뉴스처럼 하루를 되짚어보며 오늘 내 삶을 지탱해주었던 그 거룩하고 든든한 팔을 일별하는 것으로서 말이다 . 이 거룩한 분께 무거운 우리 삶을 내어드릴 때 임하는 화평과 참된 기쁨으로 충만한 우리 삶의 이야기의 결말을 그는 바랐으리라 . 목사이자 작가로서 , 과거의 굳고 무른 부분이 만나 빚어낸 삶의 무늬를 , 멈춰서 바라보고 귀 기울여서 섬세한 언어로 담아내는 예술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저자의 책들을 기대를 갖고 또 찾아 읽을 수밖에 없다 ( 비아토르에서 『 진리를 말하다 』 , 포이에마에서 『 어둠 속의 비밀 』 이 이미 출간되었음을 이제야 알았다 !). 그의 글을 읽는 이라면 , 진실하여 아름다운 이야기에 이끌려 새로운 시선과 뿌듯한 마음으로 더욱 인간다움이 깊어지는 삶을 향해 걸음을 옮기려 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흠칫 놀라게 될 것이다 . 그리고 미소 짓게 될 것이다 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