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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9-06-02
히브리서 산책
책 소개
히브리서 산책/최승락/이레서원/송광택 편집위원
간결하고 따뜻한 히브리서 안내서 저자는 한때 서울 내곡동의 ‘ 다니엘 새시대교회 ’ 에서 협동목사로 있었다 . 한번은 히브리서를 본문으로하여 설교를 끝낸 후 , 한 권사님이 “ 최소한의 설명만 곁들여서 히브리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주면 좋겠다 ” 라고 제안하셨다 . 하지만 그 기회를 놓쳤고 그 권사님도 돌아가셨다 . 그래도 그때의 제안이 이 책이 나오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. 저자는 < 머리말 > 에서 “ 히브리서가 가르치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방식 (mode of life) 은 기다림 ” 이라고 말한다 . 일반적으로 ‘ 기다림 ’ 이라고 하면 너무 정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. 그러나 히브리서가 말하는 기다림은 결코 정적이지 않다 . 히브리서에서 기다림은 여러 가지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다 . 때로 그것은 ‘ 오래 참음 ’ 이며 ‘ 인내 ’ 다 . 저자에 의하면 , 기다림은 신앙 고백 (“ 믿는 도리 ”) 을 굳게 붙잡고 그것을 살아 내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. 또한 기다림은 섬김과 예배의 삶이기도 하고 선행의 실천이기도 하다 . 그 기다림은 행위를 수반한다 . 기다림은 하나님의 일하심을 위하여 그 길을 여는 우리의 순종의 삶을 말한다 . “ 얕은 여울이 아니라 깊은 강소에서 보이지 않게 휘감아 도는 그 큰 물줄기 ,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기다림의 힘입니다 . 가벼운 잔재미만 차고 넘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이런 깊은 기다림의 능력을 다시 배우고 회복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”(7 쪽 ). 저자에 따르면 , 히브리서만큼 설교의 힘을 강하게 느끼도록 해 주는 책도 없다 . “ 오늘날 그 어떤 설교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설교의 진수가 녹아 있습니다 . 그 설교의 메시지가 얼마나 장엄하고 풍부한지 모릅니다 . 그뿐만 아니라 그것을 전달하는 글의 힘이 탁월하고 매혹적입니다 . 히브리서는 그 자체가 설교입니다 . 그래서 본서에서는 히브리서 저자를 히브리서 설교자라고 지칭하려고 합니다 ”(8 쪽 ). 저자는 히브리서의 ‘ 종말론적 가르침 ’ 이 세상 변혁의 강력한 기폭제라고 말한다 . 그것은 약속의 언어 , 소망의 언어 , 기다림의 언어는 변혁의 언어다 . 히브리서는 ‘ 수수께끼 같은 책 ’ 이다 . 그 고매한 내용이나 정교하고 아름다운 문체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누가 누구에게 전달하려는 것인지 전혀 밝히지 않는다 . 마치 누가 이 글을 썼는지 알아맞혀 보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. 역사적으로 사도 바울이나 누가를 포함하여 여러 사람이 히브리서의 저자로 제시되었다 . 하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히브리서가 바울 서신 14 권에서 분리되어 독자적인 서신으로 취급을 받고 있다 . 하지만 이 서신을 누가 썼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합의된 견해가 없다 . 심지어 바나바나 실라 ,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. 이 문제는 영영 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로 남을 것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. 히브리서에는 수신자의 정황을 알 수 있는 단편적인 언급들이 간간이 나타난니다 . 예를 들어 , 12:4 은 “ 너희가 죄와 싸우되 아직 피 흘리기까지는 아니하였다 ” 고 말하는데 , 이는 이 수신자공동체 가운데서 아직 순교자가 나오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. 이 상황은 스데반이나 사도 야고보 같은 순교자들이 이미 나온 예루살렘 교회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. 또 하나 고려할 본문은 13:24 의 “ 이달리아에서 온 자들도 너희에게 문안하느니라 ” 이다 . “ 이달리아에서 온 자들 ” 이라는 표현은 사도행전 18:2 에도 나온다 .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칙령으로 로마에서 쫓겨난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를 가리킬 때 쓰는 표현이다 . “ 이달리아에서 온 자들 ”, 곧 로마 출신의 사람들이 히브리서 저자와 함께 문안 인사를 보낸다는 것은 이들이 수신자들과 친밀한 관계임을 나타내 준다 . 따라서 이 서신이 로마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. 저자는 로마의 클레멘트가 히브리서를 알고 있었고 그것을 축약된 방식으로 사용했다고 결론 내린다 . 여러 정황을 고려하여 오늘날 많은 주석가들은 로마를 히브리서의 수신지로 본다 . 본서에서도 이 견해를 따른다 . 히브리서 저자의 설교의 방식은 1 세기 당시의 랍비들이 즐겨 사용하던 미드라시 (midrash) 방식이다 . 즉 “ 적절한 본문 [ 구약 성경 ] 을 인용하고 그 진리를 청중에게 가장 실제적인 차원에서 적용하여 해설하는 ” 설교의 방식이다 . 따라서 구약 본문이 저자의 모든 권면의 출발점이 된다 . 그는 이 서신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구약 본문들을 인용하거나 암시하기를 쉬지 않는다 . 롱네커 (R. N, Longenecker) 는 히브리서 속에 38 회의 직접 인용과 최소한 55 회의 암시들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. 레인 (Williamı L. Lane) 은 좀 더 상세하게 이를 구분해서 , 명시적인 인용 31 회 , 덜 분명한 인용 4 회 , 암시 37 회 , 요약적 언급 19 회 , 이름이나 주제의 언급 13 회로 세분화한다 . 그만큼 히브리서 저자가 일관되게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구약 본문을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. 저자에 의하면 , 히브리서 저자의 설교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수그리스도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. 그렇다고 해서 구약 본문에 억지로 예수 그리스도를 대입해서 읽는 것은 아니다 . 히브리서의 전체 구조는 매우 정교하게 잘 짜여져 있다 . 저자는 히브리서의 구조를 생각하면서 고려해야 할 세 가지 사항이 있다고 말한다 . 첫째 , 히브리서 저자가 자신의 논증의 흐름을 독자들이 잘 따라올 수 있도록 구조적인 장치를 빈번히 사용한다는 점이다 . 둘째 , 이 서신의 전체적 성격이 설교 (“ 권면의 말 ”, 13:22) 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. 설교 안에서 선포와 권고와 경고가 하나의 사이클을 형성한다 . 이 세 요소가 늘 같이 나오지는 않지만 , 주기적으로 경고 부분들이 나오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. 셋째 , 히브리서가 구약의 인용 본문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. 저자는 중요한 논제들을 다룰 때마다 구약 본문들을 인용하고 그 본문들을 중심으로 논증을 전개해 나간다 . 다만 그가 사용하는 구약 본문들이 전체 글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기 때문에 이것들을 중심으로 별도의 구조 분석을 하기는 어렵다 . 그러나 그 인용 본문들이 지닌 무게에 대해서는 항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. 히브리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약의 성취로 이해한다 . 저자는 히브리서를 쉽고 간결하게 , 그리고 따뜻하게 해설하고 해석한다 . 성경 해석학자의 눈으로 히브리서를 들여다보면서 종말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히브리서가 주는 종말론적 가르침을 전해준다 . 히브리서의 모든 권면의 핵심은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. 이 책은 오늘날 히브리서 저자의 가르침을 어떻게 따라야 하는지 , 또한 설교자가 어떤 내용으로 설교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해 준다 . 또한 어렵고 권위적인 신학 용어 대신에 일상의 편안한 언어로 히브리서의 신학적 이해를 쉽게 풀어내고 있다 . 설교지와 평신도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.